최종편집일 : 2019-09-20

아내(62) - 아버지의 까치밥

기사입력 19-01-28 13:37 | 최종수정 19-01-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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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2)

-아버지의 까치밥

 

올 해, 아버지는 감나무 두 그루를 통째로 까치에게 내주었다. 바람이 불면 감나무의 등목을 타는 까치밥이 부러웠다. 비가 오면 같이 목욕을 하고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기도 했다. 겨울이 깊어지자 감나무는 양팔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피곤해 하는 날이 많아졌으며 발이 붓고 술렁이는 바람이 부종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눈물이 선채로 까만 곶감으로 매달리던 그 해, 까치밥에 참 많은 새가 와서 밥을 먹고 울어주었지만 감나무는 마른 감잎을 흔들며 춥고 외로웠다. 섣달 보름 자정 무렵에는 기온이 자꾸 내려가 까치밥은 스스로 찬밥이 되는 법을 배워야했다.  

 

아내는 나를 보고 볼품없는 까치밥이라 놀려댔다. 상품이 되어 공판장으로 나갈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먹다가 그만 둔 까치밥의 상처 속에는 감나무의 까만 눈물이 웅웅 봄을 기다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늘 감나무를 노래 부르던 아버지는 내 등을 톡톡 두드리며 너는 내가 남겨두고 가는 까치밥이라 일러주었다. 더도 말고 까치밥처럼만 살라고 했다. 까치밥에 밝은 달이 오래 걸리는 섣달 보름 새벽이었다.     

 

[시작 메모]

 

상주시 사벌면 목가리 묵녹골 아버지의 밭에는 올 해 수확을 포기하고 통째로 까치에게 넘겨준 감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찾아가보니 작은 새 여럿이 날아와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까맣게 변한 까치밥 껍데기를 뚫고 담즙처럼 새어나오는 아버지의 말씀을 보았습니다.

 

'이 놈아, 너는 까치밥처럼만 살아라.’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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