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19-06-26

아내(65) - 젓가락

기사입력 19-06-11 17:12 | 최종수정 19-06-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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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5)

-젓가락

 

구석진 부뚜막에 저녁이 도착한다.

곡우에는 눈이 붓더니 오늘은 발바닥이 곪는다.

평행을 포기해야 단무지 한 조각을 집던 젓가락

봄인데 춥다며

젖은 젓가락이 몸을 움츠린다. 우리가 집어서

입으로 옮겼던 이 세상의 반찬과 소식들

 

무엇이 무엇이 똑 같은가?

서로 다른 젓가락 두 짝이 나란히 눕는다.

어쩔 수 없는 날들의 저녁밥 챙기면서

수저 잡는 법 배우다가 깜빡 놓아버린 청춘

젓가락의 뿌리가 어두워지는 저녁

이제 곧 밤이 오는데 설거지는 누가하지?

 

[시작 메모] 어린 시절, 젓가락 두 짝이 똑같다고 배웠는데 우리 집 수저통 젓가락은 같은 놈 찾기가 힘이 듭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똑같은 젓가락 너무 고집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길이와 모양이 서로 다른 젓가락 하나입니다. 다른 젓가락 하나를 만나 사랑이라는 낱말을 콕 집어먹고 맛있다며 야단법석을 부립니다. 그러다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그 때 저녁이 옵니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오늘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도 좋겠습니다.

 

저녁 시간입니다. 무엇인가를 잡기 위하여 우리는 너무 바빴습니다. 한 젓가락이 다른 한 젓가락에게 사이좋게 지내자는 손을 내밀어야할 때입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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