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2-08-10

시장 한 바퀴(6)-숫돌

기사입력 21-05-21 16:44 | 최종수정 21-05-21 16:44

본문

 칼 갑니다
 가위 갑니다 

 칼갈이 아저씨의 쇳물 배인 음성이 칼칼하다

 녹슬고 무디고 이 빠진 칼날을 세우는 일은
 칼의 심장에 숨을 불어넣는 일

 할아버지는 작약꽃 빽빽이 피어있는 화단 옆 샘가에
 숫돌을 두시고는
 비장한 각오로 수시로 낫을 갈다가
 하늘을 배경으로 낫을 치켜올려 눈을 한껏 부라리곤 했는데

 날카로와진 낫의 혀는
 벼의 발목과 소풀의 종아리를 단숨에 베어 눕혔지
 
 숫돌은 칼이나 낫에게 새 생명을 주고
 스스로는 조금씩 야위어가는 것을
 자신도 몰랐다

 몸 바쳐 꺼져가는 쇠붙이들의 목숨을 살렸던 거다


 

 



<시작노트>
 시장 골목길,가끔씩 칼이나 가위 간다는 확성기 소리가 들리면 작약꽃,맨드라미,봉숭아꽃 만발한 화단 옆에서 대야에 물 받아놓으시고 숫돌에 낫을 가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닳고 닳아서 배가 움푹 꺼진 것,팽팽하고 윤기나는 것,두 개의 숫돌이 있었지요.엄마가 부엌칼 몇 개를 가져와 슬며시 내밀면 할아버지께서는 단번에 새 것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요즘은 칼 가는 기계도 나오고 가격도 저렴해져서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농가의 필수품이었지요. 
 어쩌다가 저 소리가 들리면 정겨웠던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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