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7)-길을 끌고 가는 신발
본문
오일장 난전
신발 무더기가 천봉산이다
장바구니 한 손에 움켜쥔 여인네들
각자의 길을 끌고 갈 신발을 고르고 있다
뒤죽박죽인 신발들 중 온전한 짝을 찾는 일은
오로지 그녀들의 몫
한두 해 전 같은 치수의 슬리퍼를 골라
집 와서 펼쳐보니 짝짝이 아닌가
은가루 두른 샌들이
새댁을 유혹하고 성큼 따라나설 채비를 한다
할매의 꼬챙이같은 두 발을 모실 자주색 단화도
새초롬히 앉아있다
살아오는 동안 하 많은 신발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여름날 아스팔트 열기 위에서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어찌 당당할 수 있었으리
사람보다 앞서서
사람을 이끄는,
망망대해
오늘은 어디로 갈 길 바쁜 누군가를 싣고 다닐 것인가
<시작 메모>
장날 신발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난전이 있습니다.
슬리퍼,등산화,구두,운동화가 뒤죽박죽 섞여있는데도 손님들은 용케 짝을 찾아냅니다.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인기가 많습니다.
새 신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기쁨과 설레임을 주지요.
장을 오가는 아주머니들의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면 같은 신발이 많아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데 그 이유도 '시장표' 신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발을 감싸안고 지켜주는 신발이 새삼 고마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