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15)-연산대장간
본문
대장장이 아비는 삼 형제에게
붉은 심장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네
백 년 동안
단 하루도 꺼지지 않은 용광로에서
울퉁불퉁하거나 구부러지거나 뾰족한 모양의
꿈을 담금질하여
구릿빛 세월을 능숙하게 구워냈다네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쇠붙이를 달래느라
삼 형제의 심장은 까맣게 타들어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비의 피를 물려받은 서슬 푸른 각오가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 보란듯이 전시되었네
딱, 딱, 딱
이른 아침부터
부리를 두들겨 맞은 새가 슬피 우네
100년 전통 연산대장간에는
붉디붉은 불사조가 숨어 산다네
<시작 노트>
논산시 연산면 연산시장에 소재한 연산대장간은 팻말대로 100년 전통의 대장간입니다. 낡고 오래된 건물 안에는 100년 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용광로가 있고 직접 담금질하여 만든 각종 칼과 농기구들이 즐비합니다.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삼 형제는 함께 일하고 있는데 제품이 튼실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쇠락해가는 업(業)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감각에 맞게 물건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열정이 있기에 용광로의 불씨는 꺼지지 않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