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1-12-04

시장 한 바퀴 (16) 살구가 익을 무렵

기사입력 21-08-23 16:20 | 최종수정 21-08-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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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가 익을 무렵



 

 

봄과 여름 사이

비 그친 오후의 오일장에

볼 발그란 살구 두 소쿠리


잎사귀까지 달고 나온 살구가

여중생들의 얼굴 마냥 풋풋하다


 

살구가 익을 무렵

친정집 동네 경식이는 새벽마다

이웃집 살구나무 아래로 살금살금 가서

떨어진 살구 실컷 주워 먹고 왔다고

입맛 다시며 자랑했었지


 

그 살구나무 집에는

원피스 즐겨 입던 언니가 살았고

해질 무렵이면 먼 산 바라보며 매애애 울던

흰 염소들이 있었지


 

살구나무는 오래 전 베어지고

울음소리 애잔한 염소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살구 몇 개 씻어 먹고 누워

자그마한 경식이가 새벽잠 설치고

도둑처럼 찾아 들었을 살구나무 아래를 떠올려본다

골목길 따라 흐르던 도랑 속 개구리 눈망울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고향 떠나 어디 사는지도 모르지만

경식이를 만나면

그 기억은 까맣게 잊은 듯

주홍빛 살구 한 바가지 꼬옥 안겨 주리






<시작 메모>

 어릴 적 동네에 살구나무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살구가 풍성히 열렸고 근처에 살던 경식이란 아이는 새벽마다 살구나무 아래로 가서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 살구나무 집에는 흰 염소를 키우고 있었고 동그란 안경에 원피스를 즐겨 입던 언니가 살았습니다. 살구를 따면 살구 한 바가지를 할머니 드리라고 갖다 주시곤 했습니다.

 주홍빛으로 잘 익은 살구를 보니 온 동네를 환하게 밝히던 살구꽃과 담 넘어 골목길 따라 둥글게 흐르던 도랑 속 개구리 생각도 납니다.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언젠가 경식이를 만나면 살구 한 바가지 안겨 주고 싶습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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