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1-09-20

시장 한 바퀴 (17) 양은 밥상

기사입력 21-08-23 16:33 | 최종수정 21-08-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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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밥상


접시꽃 활짝 웃는 시장 골목길

눈만 빠끔히 내어놓은 트럭 한 대

뒤뚱뒤뚱 걸어간다


주렁주렁 매달린 주방 용기들

금빛 은빛 맨몸으로 신나게 춤을 춘다


붉은 꽃 그림이 그려진 양은 밥상

병석의 할아버지 머리맡에 붙박이처럼 놓여있던


할아버지 시들어가는 입맛을 돋구던 젓갈이

사시사철 이름 바꿔가며 가장자리를 밝혔지


양은 밥상이 지키던 초가집은 허물어지고

밥상을 차리던 엄마의 손길도 희미해지고


무더위 매미울음 허공을 가르는 날

흰 머리카락 듬성듬성한 형제들 불러모아

쭈굴해진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며

접시꽃 같은 양은 밥상에 한가득 상을 차리고 싶다






<시작메모>

주방 용기를 잔뜩 싣은 트럭이 접시꽃 환하게 밝힌 골목길을 덜컹대며 갑니다.

붉은 꽃 그림이 그려진 양은 밥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병석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 머리맡을 지키던 양은 밥상과 양은 밥상을 지키던 각종 젓갈들...

육남매가 아웅다웅 싸우며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던 어린시절이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여름날입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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