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 (19) 엔젤 트럼펫
본문
엔젤 트럼펫
시장 초입
담장 없는 집 안에
크고 작은 종들이 오복이 모였다
오늘은 장날
모두모두 장 보러 나오셔요
천형(天刑)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꽃은
아래를 향하여
아래를 향하여
소리친다
늦여름 뙤약볕 아래
천리만리 노란 향기 내뿜으며
목청 드높인다
오늘은 장날
빨리빨리 장 보러 나오셔요
<시작 메모>
시장 입구 담장도 없는 집 안에 노란 엔젤 트럼펫이 꽃밭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큰 나팔꽃이 마치 종처럼 생겨서 장을 보러 오라고 사람들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밤이 되면 진한 향기가 온 동네를 물들입니다. 천사의 나팔꽃 한 송이 가슴에 품고 있으면 하루종일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