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2-05-26

시장 한 바퀴 (20) 행복한 미장원

기사입력 21-11-14 21:47 | 최종수정 21-11-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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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미장원

 

 

오후 세 시

나는 여인들만의 은밀한 집으로 들어가요

 

수면 아래 금지된 전설이 봉인 해제 되는 곳

 

처음 만나도 저절로 열리는 문 앞에서

말들은 서로를 껴안고 해후해요

 

검정색 셔츠에 검정색 앞치마 두른 그녀가

위태한 생의 구비 거슬러 오르다가

찔끔 눈물 흘리며 되돌아오고

 

천정까지 닿은 인조화분 나뭇가지에

젊은 시절 날아가버린 보랏빛 새 한 마리

홀연히 날아와 앉아 있어요

 

종종 만나는 이웃집 부녀회장님

헌 옷 좀 꺼내 놓으라고 신신당부 하시는데

나는 매번 그 말씀까지 까맣게 염색 하고 말아요

 

오후 여섯 시

얼룩 지운 머리에 환한 물결 드리우고

다시, 목숨 걸 세상의 바다에 조심스레 발길 내딛지요

 

 

 

 

<시작 메모>

오후 세 시의 미장원에는 아줌마들의 수다와 커피향이 있습니다. 머리에 수건 하나씩 둘러쓰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요. 타인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언니가 되기도 합니다. 흔들리고 부딪혀 상처난 마음을 따뜻이 위로해 주기도 하고 위로 받기도 합니다. 사람의 따뜻함을 가슴으로 느끼고 그 온기를 다시 세상에 전하는 일은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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