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 (21) 파장
본문
파장
장 파한 시장 안
눈사람 같은 쓰레기봉투와 빗자루가 골목을 지키고 있다
부산했던 발자국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불쑥, 적막의 휘장이 드리웠다
다닥다닥 붙은 네모 상점들 속에서
동분서주하며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
인적 끊긴 시장 골목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눈길 닿는 모든 것이 아픔이다
구석에 누워있는 손구루마와
손끝 까매지도록 일한 면장갑과
귀퉁이 깨진 플라스틱 박스
상처 많은 가슴들이 갈 곳 찾아 돌아가고
여기 남은 것은 어둠 뿐,
자세 낮은 시장 사람들의
소리 없는 울분 깃든 고요 뿐
<시작 메모>
시장이 파한 후 어두운 골목에 서 있었습니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커다란 쓰레기봉투와 빗자루가 곳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문득 왁자지껄했던 낮 풍경이 신기루 같았습니다.
분주함과 고요함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세상 일들의 뒷면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무엇인지 모를 짠한 아픔이 몰려왔습니다.
낮은 자세로 동분서주하며 삶을 가꾸어가는 시장 사람들에게 마음속 응원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