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2-05-26

시장 한 바퀴(22) 꼭지 수선집

기사입력 22-02-13 20:21 | 최종수정 22-02-13 20:21

본문


누가 뭐래도

이 좁디좁은 서너 평 공간이

저 키 작은 아지매의 완벽한 아지트이다


 

남편보다 더 믿음직한 미싱을 왼종일 끌어안고

각처에서 물고 온 옷가지들을 해석하고 풀어낸다


 

돋보기 너머 구름 낀 눈 고쳐 뜨고

박음질로 그려가는 반듯한 새 세상


 

늙은 여자들이 알록달록한 마스크로 가린 입 맞대고

전기장판에 수다를 뻥튀기하는 사이

닳고 헤어진 소매와 바짓단이 어느새 깜쪽같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골무가 기억하는

저 바지런한 아지매의 삶의 궤적


 

가는 실처럼 아슬아슬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쇠줄처럼 질기고 탄탄하다




 

 

<시작 메모>

시장 안 좁은 공간이 이 아지매의 생활터전입니다. 

날만 새면 주변 아지매들이 갖은 옷가지들을 가지고 와서

수선을 맡기고 또 수다를 떨고 가는 사랑방입니다. 

갈 때마다 웃음꽃이 만발하는 것을 보고 저도 덩달아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춘하추동 미싱 앞에서 

가슴속 희노애락을 녹여내며 살아온 세월이 어언 이십 년입니다.

돋보기 안경 너머로 이제는 실이 잘 안 보이신다며 투정을 하십니다.


뭉툭한 골무가 기억하는 그녀의 삶은 

거칠어진 손끝 만큼이나 힘들었으나 잃지않는 웃음처럼 환합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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