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2-07-01

시장 한 바퀴(25) 은자골 탁배기

기사입력 22-03-07 19:39 | 최종수정 22-03-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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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자골 탁배기


 

딸어라 마셔라 주막집

외벽 가스 배관에 매달린 비닐 봉다리 안에

은자골 빈 막걸리통 쭈그러져 뒤죽박죽 처박혀 있다

 

새벽 시장 이른 아침부터

츄리닝 입은 사내 슬리퍼 끌고 주막 찾은 까닭은

사람이 그리워서 일 게다, 아니

하 어수선한 세상이 못마땅해서 일 게다

 

첩첩산중 은자골에서 달려온 탁배기가

그들의 애꿎은 심사 달래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얼굴 마주하여 술 한잔 기울이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

막막한 벽 앞에 사람을 대신하여 앉은 탁배기

은척 골짜기 푸릇한 바람도 불러 오고

봄빛 머금은 들녘도 펼쳐 놓는다

 

건설현장이 휴식기인 겨울에는

더 필사적으로 그들을 위로해야 하는 은자골 탁배기

속내는 변함없이 담담하고 은은하다

 

유달리 막걸리를 아끼는 한 시인이 생각나는 오후

석운도예에서 건너온 사발에 막걸리 한 잔 부어놓고

주막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저 사내와

코로나 시대 사람이 그리운 이들을 위하여

높이높이 건배를 한다




 

<시작 메모>

딸어라 마셔라 주막집 외벽 커다란 봉다리 안에 빈 은자골 막걸리통이 가득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장술을 드시는지 골목이 왁자하고, 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바깥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시며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츄리닝 걸친 저 남정네는 주막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듭니다.

 

은자골 막걸리통을 보며 은척의 바람소리와 들녘을 슬며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유난히 막걸리를 아끼는 먼 곳의 한 시인도 생각해 봅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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