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2-10-06

시장 한 바퀴 (14) - 입양

기사입력 21-04-25 21:14 | 최종수정 21-04-25 21:14

본문

 입양

 

 원예농협 앞

 겨울의 차디찬 손길 뿌리친 나무들이

 흙 묻은 밑둥치 꽁꽁 동여매인 채 서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고향 내음 잊으면 안 된다고,

 

 칠 벗겨진 자전거 타고 온 아줌마

 영산홍에게 마음 한쪽 주더니

 왔던 길 되돌아간다

 

 어디로 가게 될런지

 누구에게로 가게 될런지

 

 산수유나무는 아직 노란 미소가 세상의 전부다

 

 거처를 옮긴다는 건 하늘을 옮겨가는 일

 

 상처에 약한 몸들이

 그 언젠가 터지게 될지 모르는

 울음주머니 한 봉다리씩 끌어안고

 생의 꽃 활짝 피워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시작 메모]

 아직은 봄바람이 쌀쌀한 장날, 원예농협 앞에 뿌리를 비닐에 묶인 어린 나무들이 우르르 나와 있습니다. 이제 막 빨갛고 노란 잎을 뾰죽이 내민 꽃나무들이 자신을 돌보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뿌리 묶은 둥그런 비닐 주머니가 이들이 언젠가 흘리게 될지도 모르는 눈물 주머니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 아이들 웃음소리 시끌벅적한 집 아니면, 금슬 좋은 노부부 집으로 가서 그들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는 커다란 꽃을 피우길 바래봅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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