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68) - 시래기(詩來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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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8)
-시래기(詩來記)
시래기 국 지겨운 사람이 목을 매었어
차라리 죽으려고 했었지
하늘에서 큰손 내려와 풀어주며 말씀하셨어.
이놈아, 너는 살아야 해
네가 먹어야 할 시래기 석 동이나 남았는데
네가 먹지 않으면 그 국은 누가 먹누?
가서, 네 시래기 네가 다 먹고 오너라.
시래기(時來基)의
시래기(時來氣)에 의한
시래기(詩來記)를 위한 시래기(詩來氣) 행진곡
그대 주고 간 시래기 국 먹는 아침
외롭지만 밥 말아서 맛있게 잘 먹고 가려고 한다.
내가 먹어야 할 그 석 동, 다 먹고 가려고 한다.
[시작 메모] ‘예천차반’이라는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삼천 원짜리‘무청 시래기’를 신청했는데 제철이 아니라 없다고 하셨습니다. 섭섭했지만 참았습니다. 시래기 국은 사철음식이라 생각했는데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 끼 분의 밥과 시래기 국을 봉지에 나누어 담아 냉동시킨 후 근무지 냉장고의 냉동실로 옮깁니다. 냉동실에서 한 봉지씩 꺼내어 아침을 준비합니다.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먹습니다. 맛있습니다. 울컥, 외로운 날도 있었지만 아직 석 동이 남아있어 더 열심히 먹어야 합니다. 사시사철 시래기 국만 먹어도 몇 십 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건강하게 오래 견뎌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