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72) - 싸움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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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72)
- 싸움닭
골목길 돌아서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싸움닭 그 높은 음계
사람들 가득 메운 장터 좁은 길
동네 젊은 아낙과 큰 소리로 싸우는 우리 싸움닭
민망하고 부끄러워 뒤돌아 나오는데
주고받는 말씀 중에 내가 있어 귀를 기울인다.
당신이 언제 내 신랑 술을 사주었나? 밥을 사주었나?
당신 보고 돈을 달라캤나?
술을 입으로 먹던 똥구녕으로 먹던 네가 왜?
이게 어디! 하늘같은 우리 신랑을!
아, 나는 하늘같은 신랑이었구나. 서둘러
골목길 도망 나오며 굳게 다짐했다.
이제 저 싸움닭 위한 눈물을 마셔야겠다. 아름다운 저 닭
지붕 위에 모셔놓고 오래오래 쳐다보며 살아야겠다.
[시작 메모] 친구 욕하는 친구 부인 앞에서 ‘그래요, 그 친구 그렇지요.’하며 맞장구쳤더니 펄쩍 뜁니다. ‘친구인 줄 알았는데 그럴 줄 몰랐다.’며 뒤돌아서 갑니다. 신랑 욕하는데 동조하는 것은 참 바보스러운 일입니다.
사랑의 조건은 사랑을 위해 싸움닭이 되는 일입니다. 사랑을 위해 온 몸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위해 전쟁에 나가신 엄마가 당당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아내는 남편이 아닙니다. 남편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