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75) - 첫눈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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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75)
- 첫눈 약속
해마다
꼭 한 번 들러주시는 첫눈이 당신이라면
해마다 우리가
첫눈 내리는 그 처음에 닿아볼 수 있다면
해마다 우리가
마른 억새풀을 적시는 첫눈으로 흩날린다면
토닥토닥 싸울 일 많았다 해도
세상 아무리 아프다 헤도
첫눈을 기다리는 건 첫눈을 닮은 한 사람이 있다는 것
해마다
첫눈에 반한 첫눈이 첫사랑처럼 찾아오는 그 어느 날
[시작 메모] ‘안동역에서’라는 노래는 첫눈이 오는 날 안동역에서 만나자고 했던 사랑 이야기입니다. 노래에는 안동역이라는 구체적 장소가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첫눈이 오는 날’ 장소도 없이, 대책도 없이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청춘이 있던 사람입니다. 요즈음도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어리석은 ‘첫눈 약속’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상주에는 지난 12월 27일 저녁 무렵 첫눈이 내렸습니다. 산간벽지에는 더 일찍 첫눈이 내렸을 것입니다. 장소에 따라 일정하지 않으니‘첫눈 약속’은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첫눈 약속’은 첫눈처럼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첫눈이 오는 날, 한참을 걸었습니다. 첫눈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친구 의견도 묻지 않고 첫눈 오는 날 만나 막걸리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