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8)-그녀는 구두 수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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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당약국 골목 입구
한 평생 헌 신발만 끌어안고 살아온 여자
추워도 바람 불어도
검은 짐승처럼 고개를 아래로 박고
킁킁킁 세월을 박음질한다
닳아서 없어진 굽을 새것으로 붙여주거나
찢어진 구두 뒷꿈치를 감쪽같이 꿰매주는 일이
분명 그녀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
때절은 손가락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잘못 걸어온 길을 지워주려는 듯
쇠치솔로 구두 바닥 빡빡 문지르고
생의 고갯길 몇 번은 찢어졌을 마음 솔기
낡은 재봉틀 바늘이 촘촘히 박아준다
어디든지 자유롭게 걸어가라고
윤기나는 새 신을 선물해주는 여자
삼십 년 전 내 분홍색 구두에도 날개를 달아준 그 여자
해가 기울면
손질하던 구두를 신고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여자
<시작 메모>
삼강당약국 골목 입구에 신발을 수선하는 아주머니가 계십니다.허름한 가게 하나 없이 자리를 편 지가 사십 년이 다 되었으니 상주 사람이면 모르는 이 없을 것입니다.늘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신발을 수선해 주시는 아주머니를 보면 아주 오래 전 수선 받았던 나의 굽 높은 구두들이 생각나고 그 구두를 신고 누비고 다녔던 젊은 날의 길들과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