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23) 죽도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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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 동해바다가 펄떡이는 심장을 꺼내 놓았다
짙푸른 물빛 생명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몸을 파닥인다
똥그란 눈알들이 왁자한 발길을 응시한다
바닷바람이 달려와 땅 위에 부려 놓은 바다 조각을 훑고 간다
털장화 신은 아지매들의 투박한 사투리가 쨍쨍 허공을 가른다
몸뚱이 떠나온 고등어 대가리들이 핏빛 바다를 유영한다
이 풍경, 끝내 말로는 그려내지 못하는 부부가
바다 내음 버무린 국화빵을 묵묵히 구워내고 있다
<시작메모>
포항 죽도 시장은 항상 전국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붐빈다.
동해바다의 보물을 펼쳐 놓은 듯 신기하다.
죽도시장을 들를 때마다 살아 숨쉬는 생선들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지매들의 투박하지만 정겨운 목소리도 반갑다.
언어장애를 가진 부부가 구워놓은 따뜻한 국화빵을 잊지 않고 사는 일도 죽도시장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