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25) 은자골 탁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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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골 탁배기
딸어라 마셔라 주막집
외벽 가스 배관에 매달린 비닐 봉다리 안에
은자골 빈 막걸리통 쭈그러져 뒤죽박죽 처박혀 있다
새벽 시장 이른 아침부터
츄리닝 입은 사내 슬리퍼 끌고 주막 찾은 까닭은
사람이 그리워서 일 게다, 아니
하 어수선한 세상이 못마땅해서 일 게다
첩첩산중 은자골에서 달려온 탁배기가
그들의 애꿎은 심사 달래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얼굴 마주하여 술 한잔 기울이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
막막한 벽 앞에 사람을 대신하여 앉은 탁배기
은척 골짜기 푸릇한 바람도 불러 오고
봄빛 머금은 들녘도 펼쳐 놓는다
건설현장이 휴식기인 겨울에는
더 필사적으로 그들을 위로해야 하는 은자골 탁배기
속내는 변함없이 담담하고 은은하다
유달리 막걸리를 아끼는 한 시인이 생각나는 오후
석운도예에서 건너온 사발에 막걸리 한 잔 부어놓고
주막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저 사내와
코로나 시대 사람이 그리운 이들을 위하여
높이높이 건배를 한다
<시작 메모>
딸어라 마셔라 주막집 외벽 커다란 봉다리 안에 빈 은자골 막걸리통이 가득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장술을 드시는지 골목이 왁자하고, 해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바깥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시며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츄리닝 걸친 저 남정네는 주막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듭니다.
은자골 막걸리통을 보며 은척의 바람소리와 들녘을 슬며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유난히 막걸리를 아끼는 먼 곳의 한 시인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