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 (28) 길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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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휴게소
길 위를 떠다니는 휴게소라 했다
그래도 휴게소라 하면
잠시라도 앉아서 쉬어갈 수 있어야 하건만
정박하지 못하는 바다 위의 배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는 휴게소라니
그러면 나도
저 구름 위에 쉼터를 차려 볼까
들꽃이 그려진 찻잔에 커피를 담아
구름 위에 걸터앉아 발끝 까닥이며
서녘하늘 날아가는 새들의 눈빛이나 가늠해 볼까
구름 휴게소라 이름 하면
바람도 가던 길 멈추고 쉬어 갈테지
뚱뚱한 아주머니 둥그런 모자 둘러쓰고
유행가에 엉덩이춤 추며
길 휴게소라고 커다랗게 적힌 커피 구루마
거뜬히 밀고 간다
길 위를 떠다니는 생이라 했다
<시작메모>
어느날 시장에 가서 길 휴게소라고 커다랗게 씌어진 커피 파는 구루마를 보았습니다. 길 위의 휴게소라는 간판이 신선하게 다가왔지요.
난전의 장꾼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휴게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는 마른 목을 축여줄 뿐 아니라 고단함을 덜어주는 각성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한가하게도 구름 휴게소라는 호젓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구루마 하나에 치열한 생이 얹혀진 아주머니에게는 아주 미안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