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4-09-12

시장 한 바퀴 (30) 장 보다 꽃

기사입력 22-08-07 22:17 | 최종수정 22-08-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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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場)보다 꽃


 초여름 뙤약볕 아래

난전의 꽃에 마음 한쪽 빼앗긴 여인들

요리조리 갸우뚱 목이 한 뼘이다

길가에 늘어선 대형화분 울타리

눈만 빠꼼 내어놓은 야쿠르트 아줌마도 꽃구경 삼매경

나들이 나온 병아리 같은 올망졸망 화분들이

장 보러 온 여인들을 유혹하는 건

저 꽃들도

여인들의 심중에 내밀히 들어앉은 허공의 자리

눈치챈 까닭일 게다

크든 작든

남편으로나 자식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바람의 자리

하나씩 멍에처럼 안고 산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여인들의 눈길 세례에

너도나도 곱디고운 립스틱 꺼내 바르느라 바쁜 꽃들이

스스슥 날개 펴는 소리 들린다

남편도 자식도 잊고

가슴속 소용돌이 잠잠 다스린 여인들

화분 몇 개씩 담은 장바구니 들고 깃털 한 뭉치처럼 가벼워진다


 

 

 <시작메모>

풍물시장 입구에 장날마다 서는 난전 꽃집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저마다 치장을 하고 앉아 오가는 여인들을 유혹합니다.

비록 사지 않더라도 꽃구경은 우리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지요.

사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으로 늘 북적거리는데 화분 몇 개를 고르고 골라서 가져가는 여인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습니다.

꽃은 사는 일에 얼룩진 마음을 치유해주는 효과 좋은 약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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