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 (30) 장 보다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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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場)보다 꽃
초여름 뙤약볕 아래
난전의 꽃에 마음 한쪽 빼앗긴 여인들
요리조리 갸우뚱 목이 한 뼘이다
길가에 늘어선 대형화분 울타리
눈만 빠꼼 내어놓은 야쿠르트 아줌마도 꽃구경 삼매경
나들이 나온 병아리 같은 올망졸망 화분들이
장 보러 온 여인들을 유혹하는 건
저 꽃들도
여인들의 심중에 내밀히 들어앉은 허공의 자리
눈치챈 까닭일 게다
크든 작든
남편으로나 자식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바람의 자리
하나씩 멍에처럼 안고 산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여인들의 눈길 세례에
너도나도 곱디고운 립스틱 꺼내 바르느라 바쁜 꽃들이
스스슥 날개 펴는 소리 들린다
남편도 자식도 잊고
가슴속 소용돌이 잠잠 다스린 여인들
화분 몇 개씩 담은 장바구니 들고 깃털 한 뭉치처럼 가벼워진다
<시작메모>
풍물시장 입구에 장날마다 서는 난전 꽃집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저마다 치장을 하고 앉아 오가는 여인들을 유혹합니다.
비록 사지 않더라도 꽃구경은 우리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지요.
사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으로 늘 북적거리는데 화분 몇 개를 고르고 골라서 가져가는 여인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습니다.
꽃은 사는 일에 얼룩진 마음을 치유해주는 효과 좋은 약임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