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 바퀴(4)-DRY ZONE
본문
젊은 부부가 이전 생업을 작파하고
길 건너편에 개업을 할 때부터
나도 아침마다 마음 갈피를 다림질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유리창 너머로
목을 쭉 뽑아 올려 흘끔흘끔
아직 세상 일을 잘 모르겠다는 표정 역력하다
맡긴 바지의 구김이 덜 펴진 건
잘 해 보겠다는
이번에는 정말로 잘 해 보겠다는
다짐이 약해서가 아니다
남자는 곰인형 같은 사내 아이 손을 잡고
자주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짝짝이 깃 양복을 배달 와서
아파트 담모퉁이 수국처럼 벙글벙글 웃는다
나에게 스팀이 잘 되는 다리미가 있다면 무엇보다
이 서투른 부부의 앞길을 다려주리
울퉁불퉁 비포장길 스팀 팍팍 뿜어
쭉쭉 탄탄대로 만들어 주리
아침마다 쭈글해진 마음을 다리는 일은
가만히 면경에 얼굴을 비춰보는 일
빗살무늬 몸의 주름을 강물에 씻어보는 일
<시작 노트>
이 불확실한 시대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건 모험입니다.모두 성공을 꿈꾸며 힘찬 출발을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얼음 입니다.
젊은 부부가 세탁소를 차려서 밤낮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니 부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도 덕분에 마음속에 다리미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