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벌왕이 보호한 불탑(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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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9월 ‘경북고적유물 보존 상황조사’ 때의 사벌면 화달리에 위치한 3층 석탑의 전경이다. 조사 내용을 보면 ‘달천리 3층석탑으로서 형상은 방형이며, 높이는 13자(尺), 석질은 백청색(白靑色) 보통석, 층수는 3층, 기단부 지름이 7자(尺), 전설에는 신라 때 삼륜(三倫)이라고 칭하는 사찰이 있었는데 이 절의 창립에 관계가 있다’라고 하였다. 화달리는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화룡리와 달천리를 합쳐서 화달리라고 하였는데 조사 때에는 옛 지명 달천리를 사용하였다.
사진에는 탑 좌측에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조선 복식과 우측에는 당꼬바지에 도리우찌 모자를 쓴 일본 복식의 사람이 양 옆에 대조적으로 서있는 광경을 연출한 것 같다. 탑 뒤로는 버드나무가 가로수 같이 줄지어 서 있고, 나무 밑에는 한 사람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면이다. 나무 뒤쪽 농경지에는 보리나 밀 종류의 곡식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촬영 시기는 5월경이다. 탑 우측에는 초가집과 초가 담장이 보이며, 담장 뒤에는 어린애가 사진 촬영 광경을 응시하고 있다.
탑은 3층탑으로서 기단부의 석재들은 비틀림이 심하여 면석이 튀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지의류가 고착되어 있는 것이 군데군데 검게 나타나고 있다. 탑이 나무 그늘 속에 위치하고 있어 지의류 번식이 더욱 심한 느낌이다. 동쪽 기단 상부에는 석불좌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 사진에는 불두가 있으나 지금은 불두가 사라지고 없다.
이 탑은 우측 옆에 위치한 ‘사벌왕릉’과 관련하여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왕릉 앞에는 오층 석탑이 있었다. 1594년 도남서원을 창건하면서 탑을 부수어 축대로 사용하기 위해 철거하던 중 갑자기 비바람과 번개가 일어나 놀라서 멈추고 즉시 왕릉에 제를 지냈다.
또한 정기룡장군 후손의 꿈에 면류관을 쓴 왕자가 나타나 ‘사벌왕’이라고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석탑을 철거하고 있으니 즉시 중단하고, 현재 남아 있는 석탑은 헐지 말라하여 지금의 3층석탑이 남아 있다고 전한다. 이런 설화를 뒷받침하듯 현재의 도남서원 축대에는 석탑재가 여럿 보이며, 절이름은 삼륜사로 생각된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