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48) - 리모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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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48)
-리모컨
내 삶의 리모컨 당신
매일 아침 내 하루의 전원을 켜고
세상의 볼륨 높이고 줄이는 사령관
따듯한 거리에서 당신이 누르지 않으면
어떻게 봄이 절로 오겠어요?
봄비는 또 어떻게 우리를 찾아올 수 있을까요?
당신이 누르지 않으면
이 봄, 우리 눈물은 어떻게 꽃을 피우고
너무 진한 저 그리움을 다독일 수 있을까요?
늦은 밤, 하늘을 바라봅니다.
먼 별 밤새도록 깜빡깜빡
이 땅의 꽃송이만큼 별버튼 누르는 소리
[시작 메모] 리모컨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줍니다. 자동차와 TV는 물론 에어컨까지 리모컨으로 작동이 됩니다. 요즈음은 핸드폰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TV가 리모컨에 의해서 작동되듯이 우리도 누군가의 리모컨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봄, 몹시도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것은 봄이 내 그리움의 전원을 작동시킨 까닭입니다. 며칠 후면 난리가 날 북천의 벚꽃도 누군가 리모컨을 들고 하나하나 벚나무의 수신 안테나에 따듯한 신호를 보냈을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북천 오리 뒤통수에 리모컨 신호를 보냈더니 ‘너는 모자라는 장난 그만치고 집으로 가라.’며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억새 누나 손등 위로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