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49) - 폐교의 백엽상

기사입력 18-10-01 09:52 | 최종수정 18-10-01 09:52

본문

아내(49)

-폐교의 백엽상

 

한 쪽 무릎 굽은 폐교의 백엽상에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은 온다.

나는 이 세상 아침의 온도를 재어야겠다.

이제는 온도계 없이도 잘 살아가는

빈 백엽상

세상의 이목도 필요 없다는 듯

입던 바지 그대로 하루를 산다.

다들 어디로 갔지?

얼마를 더 견뎌야 얼마를 더 울어야

내 가슴 들여다보던 당신이 돌아올 수 있을까?

선승처럼 너무 오래 서 있어서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폐교 백엽상

빈 가슴으로 재어보는 오늘 아침의 온도

회색빛 백엽상 오래 들여다보면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이 세상의 중심 온도 볼 수 있을까?

당신 향한 내 그리움의 온도 알 수 있을까?

 

[시작 메모] 선생님!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딘지 허허롭다면 가을이라 풀이 죽었거나 엄마가 돌아가셨거나 어린 시절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제게 학교는 학생이 한 명도 없더라도 선생님은 남아 아이들 돌아오기를 기다려주어야 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길을 가다가 저를 닮은 폐교가 있으면 들어가 혼자 운동장을 걷습니다. 운동장 돌멩이를 툭툭 차며 걷다가 폐교를 시키는 사람 중에는 착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힘겹게 서 있는 회색빛 백엽상을 만났습니다. 회색엽상 건드리니 아이들 돌아오기 기다리는 소리 들렸습니다. 온도계는 사라지고 한 쪽 문이 부서진 체 기울어진 그대. 오래도록 텅 빈 가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나가시던 동네 아저씨가 큰 소리로 뭐 하냐?’고 묻습니다. ‘보면 모르냐며 되물었습니다. 띠발!‘오늘의 온도를 측정하고 꺾은선 그래프를 그려야 선생님께 칭찬 받을 거 아니냐며 더 큰 소리로 따졌습니다. 저라도 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선생님!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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