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53) - 어떤 수

기사입력 18-10-01 13:04 | 최종수정 18-10-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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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53)

-어떤 수

 

전화국에서 4비트 0676

전화번호 받았습니다.

 

이 친구 0676과 저는

멋모르고 만나

걸고 걸리며 울고 울리며 세월 품은 채

그냥 그냥 살았습니다.

 

우리 식구 상징이 된 0676

막내의 핸드폰 번호와

제 그리움 통장의 비밀번호도 당신입니다.

이유 없이 비밀이 되고 숙명이 된 당신

자주달개비가 자주를 바꾸지 못하듯

목탁가오리가 목탁을 버리지 못하듯.

사는 날까지 혹은 죽는 날까지 당신과 붙어사는

저는 0676이승진입니다

 

[시작 메모] ‘? 아빠 차다!’어린 막내가 앞에 가는 차를 보고 소리를 지릅니다. 차 번호 네 자리 4618이 같은 차를 아빠차라 부른 것입니다. 우연의 수, 던져진 어떤 수가 나의 수, 우리의 수가 되는 순간입니다. 집 전화번호 네 자리를 휴대폰 번호 네 자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일이나 현관문, 통장의 비밀번호도 그 네 자리를 사용합니다.

 

많은 수 가운데 하나, 그 어떤 수를 만나기 위하여 고행을 하였거나 면허 시험을 친 것도 아닌데 집 전화번호 네 자리 수를 친구처럼 가까이 두고 살아갑니다. 사주팔자에 묶인 사람처럼 말입니다. 숙명이 된 첫사랑처럼 말입니다. 그 어떤 수와 지금 당장 헤어져도 별 탈이야 없겠지만 그럴 용기도 이유도 없습니다. 0676이나 저나 이제는 함께 걸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허허.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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