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33) - 아내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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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3)
-아내의 깃발
낡고 헤진 깃발이 게양대로 올라
흔들리는 봄
아내의 숨겨둔 깃발도
뿔처럼 자라나 펄럭이고 있다.
나는 이제
저 깃발 아래 스스로 엎드리는 군사
바람 견디며 온 몸 흔들며
얼마나 울었는지.
깃발의 눈이 퉁퉁 부어 있다.
여기 외롭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깃발의 투정
바람이 분다. 바람이 운다.
게양대를 밟고 올라간 민망한 하늘이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시집살이 게양대에 펄럭이는 함성
바람이 분다. 바람이 운다.
나는 이제 저 깃발 아래 엎드린 풀잎
해가 지면 노을 속을 걸어
맨 처음의 그대를 기다려보겠지만
[시작 메모] 깃발이 낡을 수가 있을까요? 우리 학교 게양대의 깃발 옷고름이 바람에 닳아 헤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람의 상처를 온 몸으로 받으며 펄럭인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양대의 낡은 깃발은 교체가 가능하지만 말없던 아내의 깃발이 민란을 일으키면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면 서로가 곤란해집니다. 조용하게 왕의 자리 내 드려야지요.
오는 봄의 깃발도 낡고 헤진 모습으로 펄럭일 수 있습니다. 조심 하십시오, 상처 하나 없을 것 같은 풍력발전기의 날개도 지난겨울의 상처로 울먹이는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