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34) - 뼈다귀 해장국

기사입력 18-09-28 17:46 | 최종수정 18-09-28 17:46

본문

아내(34)

-뼈다귀해장국

 

봄비 내리고 사무치는 그리움 돋아나면

골수 우려낸다는

뼈다귀해장국집 들릴 일이다.

바람이 버린 뼈 조각 두어

안개 두고 간 시래기에 대파 숭숭 넣어 우려낸 사랑

 

한 손으로 뼈를 잡고 젓가락으로 남은 삶을 후벼 파

그대의 밥숟가락 위 꽃인 듯 눈물인 듯 살며시 얹어준다.

뜨겁게 흐르는 뼈다귀의 노래

 

자꾸 후벼 파면

뼈의 귀가 시원하다 할까?

너무 파서 피가 나고 이제는 남은 것이 없어

등 돌리며 우는 뼈다귀

 

, 이 거 먹어. 이 거 더 먹어

뼈저린 오늘이 흘린 국물을 밟고 자꾸 미끄러져도.

봄비 속 시린 뼈 따뜻해질 때까지

살아온 눈물 서로의 어깨에 얹어주며 우리는

푸른 해장국의 바닥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시작 메모] 길을 가다가 뼈다귀 해장국 3,800의 식당을 만납니다. 두 사람의 한 끼 식사를 만 원 이내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서 얼마나 큰 위안인지요. 24시 문을 여는 식당이었습니다. 우리처럼 24시 뼈아픈 사랑이 있다는 뜻입니다. 시래기와 굵은 파줄기가 뼈다귀와 한 판 씨름을 하고 빚어낸 맛은 들깨가루와 후추로 마무리를 하지 않아도 우리네 삶을 다독이는 맛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우리는 해장국 한 그릇을 다 비울 것입니다. 뜨거운 국물도 훌훌 마시며 뼈다귀해장국의 바닥에 적혀있는 희망을 기어이 읽어 낼 것입니다. 곤혹스럽고 피곤한 사람들이 뼈다귀해장국을 먹기 위하여 밤새도록 모여드는 봄이었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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