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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5) - 아버지의 답

기사입력 18-09-28 17:48 | 최종수정 18-09-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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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5)

-아버지의 답

 

우르르 논물 몰려다니다가

아버지 물려주신 답에 눈물 고이는 시간

아내는 오래 먹을 쌀을

닉동강에 나가 씻어오고 있었네

 

여보, 우리 아버지 농사를 지으시니

우리는 밥을 많이 먹어야 해

밥심으로 이 봄 견디며 울어야 해

세상의 질문에 대해 아버지 물려주신 답

 

고약한 가을이 온다고 해도 우리 논의 나락은

세상의 쌀값에 흔들리지 않아 울지도 않아

그게 아버지 물려주신 답이야.

 

뭔 놈의 봄비가 이리 질기게 오누

아버지 물러주신 답에 빗물 고이는 봄

논물인지 눈물인지

아내는 봄을 모셔오고 봄은 어머니를 모셔와

마른 눈물 자국으로 봄이 되는 아버지를 보았네

 

[시작 메모] 봄비보다 먼저 더 독하게 쌀값 내리는 봄입니다. 저는 쌀 한 가마니가 삼십만 원은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는데. 쌀값하고는 관련 없는 사람들이 큰소리를 치는 봄이지만 저는 평소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소비하려고 작정을 합니다. 우리라도 탄탄하게 부득부득 쌀값 올라갈 때까지 밥 많이 먹고 잘 견디어야 할 일 아닙니까?

 

봄비가 내립니다. 쌀값처럼 독하게 내립니다. 딱히 할 일은 없지만 아내와 저는 삽 하나 들고 아버지의 답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안부라도 물어보는 것이 아버지가 물려준 답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경북과 상주의 쌀농사를 위하여 상주 사벌 너른 들에 쌀을 씻어 안치고 잠자는 낙동강물 불러와 흰쌀밥 좀 새로 지어야겠습니다. 가슴 너무 답답하니 내리는 봄비에 찬밥도 한 그릇 말아 후루룩 마셔야겠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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