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38) -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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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8)
-바다로 가자
멀리 있는 바다에게
‘우리 밥 한 번 묶자.’라며
문자 한 번 날려도 좋은 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준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준비물이 되어
우리, 바람 부는 날이 오면 바다로 가자
이제는 살아온 언저리를 다독일 시간
두고 온 바다는 지금도 출렁이는지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등이 굽었어
‘우리 밥 한 번 묶자.’라며
파도 소리 휭휭 날릴 일이다.
이 세상에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밥과 눈물을 묶어주는 일, 때로 당신은
먼 수평선에 가물거리는 걱정 한 척이었지만
더는 심각하지 말고 더는 복잡하지 말고 그냥
바다로 가자. 바다로 살며 우리 서로를 묶자
밥 한 번 묵자
[시작 메모] 어린 시절, 농사일과 소먹이는 일이 방과후 교육활동이며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학습이던 우리에게 바캉스나 베케이션은 물론 ‘여름휴가’도 다른 나라 말이었습니다. 몇몇 상류층 아이들이나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지요.
여름 휴가철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문득, 여름휴가를 떠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수영복 꺼내들고 여름휴가 가겠다는 말씀 드렸다면 그대로 밥상이 날아왔을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말이 끝나기 전에 제 뒤통수를 한 방 갈기셨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덕분인지 제게는 아직 여름휴가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올 해는 할아버지 몰래 바다 한 번 가고 싶습니다. 눈이 아프도록 그리운 그 바다, 당신을 오래 바라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