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40) - 솎음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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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40)
-솎음 나물
쏙음 나물 운다
더 오래 깊게 우는 남은 나물아
어린 나물 한 광주리 솎는다.
특별한 기준도 없이 듬성듬성 뽑아나간다.
광주리에 담겨 떠나가는 나물은 고요한데
남아있는 형제들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미안하다. 남아 있어서…. 상처는
촉촉하고 아득한 속성이 있다.
솎음 나물로 한 양푼 밥을 비빈 아내가
벌건 숟가락 내밀며 먹어보라 한다.
여보, 둘이 먹다 둘이 죽으면
이 어둠 한 양푼은 누가 설거지 하지?
텃밭에는 형제들 먼저 보낸 눈물 한 광주리
일찍 내려온 저녁별에 푸른 얼룩이 진다.
[시작 메모] 맛있는 저녁밥을 위하여 텃밭 나물을 솎아냅니다. 떠나는 나물보다 남아있는 나물이 충격을 받아 휘청거립니다. 다음 날 아침, 어린 나물은 어금니 앙다물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며 일어섭니다.
다른 행성의 운명에 함부로 개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솎음 나물의 운명에 깊이 관여하고 말았습니다. 양푼 비빔밥 맛있게 먹는 시간, 바람이 불어오고 별이 내립니다. 텃밭에 남아있는 어린 나물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일어나 살아야지요. 앞으로는 나물의 운명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