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41) - 늙은 치약

기사입력 18-09-28 18:06 | 최종수정 18-09-28 18:06

본문

아내(41)

-늙은 치약

 

막내 자취방 들렀던 아내가

쓰다 남은 다섯 개의 치약을

마저 쓰라며 선물로 건네준다.

 

구겨지고 구부러진 구차한 변명

너무 오래 쥐어짠 배고프고 억울한 얼굴

도망가다가 잡혀온 표정이다.

 

그냥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릴까?

아니 아니 아직은 살아야지

늙은 눈물의 등을 서로 두드리며

달래보는 아침이 이슬처럼 글썽인다.

 

살아남아야지. 그래 그래 살아남아야지.

쓰다 남은

늙고 찌그러진 너는 나를 닮았다.

꾹꾹 눌러 짜면 아직 쓸 수 있을 것이니

아직은 남았다며 서로서로 달래가며

끝까지 알뜰하게 마저 쓸쓸하게

 

[시작 메모] 막내 자취방 청소를 하고 온 아내는 막내가 쓰다 남은 치약을 가져와 저보고 알뜰히 처리하라고 합니다. 막내가 쓰던 물건이라 먼저 사진부터 한 장 찍었습니다.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달랐습니다. 온 몸에 주름이 가득했습니다. 다섯 개 모두 얼마 남지 않은 아득한 현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득, ‘우리는 쓰다가 버리는 것들에게 너무 무심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입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겠습니다.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저 가을비는 당신을 닮았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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