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42) - 평행봉

기사입력 18-09-28 18:11 | 최종수정 18-09-28 18:11

본문

아내(42)

-평행봉

 

두 개 세워놓은

운동장 평행봉

 

가을이 깊어 평행의 삶이

더 차갑고 견고해지는 오후

 

손 한번 잡지 않고도

평생을 붙어사는 평행봉에 바람이 분다.

 

나란히 붙어 있어

평생 행복할 것 같은 단단한 평행

 

나란히 붙어있다는 것은

나란히 떨어져 사는 것을 견디는 일

 

삶을 견디던 눈물이 다시 팽팽해진다.

밤이 깊었어.밤이 깊었어

 

교문을 나서는데

평행봉 어깨 토닥이는 소리 ㅠㅠ

 

[시작 메모] 요즈음 유행하는 맨발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늦은 밤, 바닥이 찬 운동장을 맨발로 걸어가다 토닥토닥 싸움을 시작합니다. 맨발의 청춘이 아니라 맨발의 전쟁입니다. 남들보고는 양보하라고 이야기하면서 부부 사이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불쌍한 사람끼리 또 평행입니다. 고개 돌려보니 그 옆에 평행봉이 있습니다. 나란히 붙어있는데 나란히 떨어져 있습니다. 서로의 거리를 한 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옳거니! 평행봉도 떨어져 사는구나! 평행봉은 저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서 초겨울 찬바람을 다 견디어내야 합니다. 아예 맨발을 땅에 묻고 견뎌야합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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