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6

아내(47) - 윷놀이

기사입력 18-09-28 18:49 | 최종수정 18-09-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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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47)

-윷놀이

 

심심한데 우리 윷이나 될까?

우리 식구 네 사람이 모두 엎드리면 모

모두 천장을 보면 윷, 한 사람이 토라지면 도

 

네 사람이 흩어져 밤새도록 윷놀이를 한다

다리를 걸쳐도, 멀리 있어도 우리는 식구. 그래

한 판 윷을 놀며 우리는 살아야지, 다시 살아야지

 

윷을 놀고 윷이 아닌 말을 쓴다는 거

아버지는 세상의 말을 원고지에 옮기는 사람

바람의 말, 바람을 닮은 당신이 우는 말

말이 말판을 뛰다 절룩거리면 나는 어쩌지?

 

누가 윷을 놀고 누가 말을 쓰는지. 봄이

윷을 던져 철 이른 개나리 피는 것일까?

개나리 노란 윷을 던져 봄이 오는 것일까?

 

[시작 메모] 설이 지나고 윷놀이를 합니다. 윷을 놀고 윷을 논 사람이 말을 쓰는 것이 정상이지만 상대편이 던진 윷에 따라 반대편이 말을 쓰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던지고 내가 말을 쓰는 삶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세상이 윷놀이를 하고 저는 그냥 열심히 말을 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내 청춘은 당신이 던진 윷을 보고 말을 쓰며 살아온 한 판의 윷놀이였습니다. 윷놀이의 결과로 말판에 말을 둡니다. 말은 생각입니다. 삶의 결과물입니다.

 

동계 올림픽에서 남들이 잘 노는 윷에 우리는 열심히 잔머리 굴려가며 말을 썼지만 말판의 형편은 피겨스케이팅 빙판처럼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의성여고 출신영미와 그 친구들이 던진 둥근 네 개의 윷 때문에 우리는 참 행복했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스웨덴이 던지는 윷이 자꾸 모가 나서 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잘 놀았습니다. 그래도 은메달입니다. 우리네 무술년 아름다운 윷놀이는.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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