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17) - 일출

기사입력 18-09-28 17:02 | 최종수정 18-09-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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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17)

-일출

 

섣달그믐 칸칸이 들어찬 어둠을 들어내

빛으로 갈아 끼우고

세상 모든 상처의 머리 위에

빨간약 골고루 발라주는 해를 보아라

기다리는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

바다의 근육도 붉게 꿈틀거린다.

그래 그래 착하지, 울지 말아라.

그래 그래 착하지. 울지 말아라.

동해 푸른 물에 멱 감고 떠오르는 맑은 해는

어린 시절

헤진 무릎에 빨간약 발라주던 우리 어머니

맞잡은 우리 눈물에 환하게 여울지는 해를 보아라.

 

새해 떠오르는 해를 만나는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바다로 가거나 산 위로 올라가 해돋이를 보는 사람은 저마다의 새 희망을 갈무리합니다. 해돋이를 보러가지 못했더라도 집이나 일터에서 혹은 병원 창문으로 해돋이를 보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사람입니다.

 

문득, 어린 시절 모든 상처의 만병통치약 빨간약이 생각났습니다. 빨간약을 바르고 마르기도 전에 아픔을 잊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은 참 행복했었습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은 얼굴에 모두 빨간약을 바릅니다. 이제 올 해는 상처가 없을 것입니다. 상처가 있어도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씩씩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넘어져도 일어날 것입니다. 해 뜨는 우리 사랑 두 손 잡았으니, 빨간약 미리미리 발라두었으니. 내일도 그대의 해가 떠올라 빨간약 발라준다는 행복한 사실 잊지 마시라구 오늘 해는 더 붉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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