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18) - 당신의 그늘

기사입력 18-09-28 17:05 | 최종수정 18-09-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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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18)

-당신의 그늘

 

앞치마 두르고 청국장 끓이는

젊은 그대 사진 한 장 있으면 좋겠다.

서러운 하루를 씻어내며 울었던

바다 배경의 그대 사진 한 장 있으면 좋겠다.

 

직사광선은 그리움에도 좋지 않은 것이기에

너무 밝은 햇살은 눈이 따갑고

목주름만 찍힐 것이기에

빛이 연하고 그림자가 부드러운 그늘에서

젊은 그대의 그늘을 찍어두고 싶다.

 

느티나무는 느티나무 그늘이 있고

그대는 그대의 그늘이 있다.

핸드폰 카메라에 아무렇게나 찍힌

그대의 그늘이 미안한 날

 

산 그림자 떠난 시간에도

바다는 그림자 둘 곳을 몰라 출렁이고 있다.

오늘은 그대의 그늘로 걸어가

은은하게 빛나는 저 바다의 뒷모습을 찍어야겠다.

 

[시작노트] 최근 몇 년 사이 사진 인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하여 목 좋은 곳에서는 새벽부터 자리 경쟁이 심하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꽃밭은 모든 꽃들이 난청에 시달립니다. 찍찍대는 소리는 모두 새 인줄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사진 찍는 소리인줄 꽃도 다 알았기 때문입니다. 꽃과 꽃그늘은 힘겨울 때도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훨훨 날아가 아름다움을 포획하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내가 찍고 싶은 곳에 다른 사람의 삼각대가 먼저 가 있더라도 웃으며 그늘의 촬영지로 날아갑시다. 세상 어디에 가도 피사체는 존재하고 피사체는 그늘이 있습니다. 인물 사진은 그늘에서 더 잘 나온다고 합니다. 더 늙기 전에 삶의 그늘 속에 홀로 서 있는 아내의 뒷모습 몇 장 찍어두고 살아갑시다. 삶이 그러하듯 사진 역시 그늘에서 그늘을 찍을 때 놀라온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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