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20) - 푸른 벽돌

기사입력 18-09-28 17:12 | 최종수정 18-09-28 17:12

본문

아내(20)

-푸른 벽돌 

 

어차피 마를 시멘트 벽돌에

굳이 물을 주라던 야속한 우리 어머니

 

자라는 벽돌을 만나기 위하여

마당 가득 찍어내던 시멘트 벽돌에

괜한 물 뿌려가며 살았습니다.

 

벽돌도 자꾸 목이 마르고

저도 목이 마른 날은

봄비라도 내리길 기다렸지요.

 

괜한 일 시킨다며 투덜거리는데, ?

쉰이 넘은 오늘에야 그 봄비 내립니다.

 

어머니,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비 그치면 그 날의 시멘트 벽돌이

더 단단하고 푸르게 자라

마을이 될 것입니다. 숲이 될 것입니다.

 

[시작노트] 세간에 정신 차려라 훅 간다.’는 말이 회자됩니다. 어린 시절 마당 가득 찍어내던 시멘트 벽돌에 물을 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건조 중인 벽돌에 굳이 물을 주라 하시던 야속한 어머니를 무지 원망하였습니다. 괜한 일을 시킨다며 투덜거렸습니다. 오늘은 봄비가 내립니다. 어머니, 정말 세월이 훅훅 지나갑니다. 그래도 어머니, 이제 봄비 내리니 아들이나 벽돌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청둥오리도 돌아갈 힘을 얻고 저 들판의 나무와 숲에도 푸른 이야기가 막 쏟아질 것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시키시던 일 중에 괜한 일이란 하나도 없었습니다. 서둘러 정신을 차려야겠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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