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22) - 대책 없는 詩叔을 위하여

기사입력 18-09-28 17:19 | 최종수정 18-09-28 17:19

본문

아내(22)

-대책 없는 詩叔을 위하여

 

()의 아제 봄은

대책 없는 시숙(媤叔)이다.

핸드폰을 끄면 집전화로 찾아오고.

들에 나가 있으면 밭둑까지 걸어온다.

 

작년 돈 갚지도 않고 또 손 벌리는 꽃

갚을 생각 아예 없어 아름다운 봄

그래도 빌리기 3일전 안부 전화 하는 신사

꽃샘추위 바람 자면 나타나는 환한 안부

 

여보, 뭐 이런 봄이 있냐고 묻지 마시게. 때로

내가 빠질 웅덩이에 대신 들어가 주는 착한 어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저 봄을

지는 꽃 툭툭 털어내며 받아내는 언덕

 

여보, 다행이야. 기죽지 않고 찾아오는 봄

연세가 있어도 어울리는 녹색 바지와 붉은 넥타이

어쩔 수 없는 저 바람 참고 견디며 사는 어른

여보! 생신은 언제였지?

 

[시작메모] ‘대책 없는 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책 없는 봄이야 혼자 견디면 되지만 대책 없는 시숙은 온 가족이 함께 견디어내어야 하는 큰 숙제입니다. 집 전화로 K 부장님 삼촌께서 귀농 하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은 한 때 잘나가던 주식회사 사징님이셨습니다. 멋쟁이 신사이셨고 한량이셨습니다. 귀농하신다는 말씀은 조카인 K 부장이 집 한 채 내놓으라는 말씀입니다. 가끔 다니시던 절에서 귀동냥으로 그 어렵다는 공()을 이루신 분.

 

대책 없던 그 봄이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대책 없는 시의 아제가 찾아와 난리법석을 피울 수 있습니다. 대책이 없어서 좋은 봄. 받아들여야지요, 그 봄이 살고 가실 집 한 채 내어놓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는 봄은 반드시 갑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올 것입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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