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22) - 대책 없는 詩叔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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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22)
-대책 없는 詩叔을 위하여
시(詩)의 아제 봄은
대책 없는 시숙(媤叔)이다.
핸드폰을 끄면 집전화로 찾아오고.
들에 나가 있으면 밭둑까지 걸어온다.
작년 돈 갚지도 않고 또 손 벌리는 꽃
갚을 생각 아예 없어 아름다운 봄
그래도 빌리기 3일전 안부 전화 하는 신사
꽃샘추위 바람 자면 나타나는 환한 안부
여보, 뭐 이런 봄이 있냐고 묻지 마시게. 때로
내가 빠질 웅덩이에 대신 들어가 주는 착한 어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저 봄을
지는 꽃 툭툭 털어내며 받아내는 언덕
여보, 다행이야. 기죽지 않고 찾아오는 봄
연세가 있어도 어울리는 녹색 바지와 붉은 넥타이
어쩔 수 없는 저 바람 참고 견디며 사는 어른
여보! 생신은 언제였지?
[시작메모] ‘대책 없는 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책 없는 봄이야 혼자 견디면 되지만 대책 없는 시숙은 온 가족이 함께 견디어내어야 하는 큰 숙제입니다. 집 전화로 K 부장님 삼촌께서 귀농 하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 분은 한 때 잘나가던 주식회사 사징님이셨습니다. 멋쟁이 신사이셨고 한량이셨습니다. 귀농하신다는 말씀은 조카인 K 부장이 집 한 채 내놓으라는 말씀입니다. 가끔 다니시던 절에서 귀동냥으로 그 어렵다는 공(空)을 이루신 분.
대책 없던 그 봄이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대책 없는 시의 아제가 찾아와 난리법석을 피울 수 있습니다. 대책이 없어서 좋은 봄…. 받아들여야지요, 그 봄이 살고 가실 집 한 채 내어놓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는 봄은 반드시 갑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