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27) - 아파도 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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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27)
-아파도 가는 배
바람이 자꾸 부는 날은 우째야 하나?
흔들리며 흔들리며 바다로 가
서러운 파도 어르고 달래며
아파도 가는 배를 띄워야겠다.
사랑도 지나 아마도 너머 어디어디에
삶이 곤한 그대를 기다리며
남몰래 우는 자리
하늘이 푸른 아파도가 있을 것이다.
사랑 때문에 세상이 더 야속해지고
온 몸 저리도록 서러운 날이 오면
아파도에 오래 앉아
쾅쾅 바다의 등을 때리며 울어야겠다.
아파서 가는 배
아파도 가는 배
[시작메모] 큰 아들 섭섭하다며 우리 엄마가 아버지에게 무작정 퍼붓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 아버지는 엄마에게 아파도 가야한다며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 때 엄마는 빨래터에 앉아 쾅쾅 강물을 때리셨겠지요, 큰 아들인 제가 엄마 마음 조금이라도 생각한 적은 있었을까요?
아파도 가야하는 배를 기다리는 섬이 있을 것입니다. 아파도 가야하는 줄 다 알았던 우리 어머니, 아들만 챙기며 서러움 삼키셨던 우리 어머니를 안아 줄 섬이 어디엔가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 먼 길을 우리의 아내들이 걸어갑니다. 우리의 아들딸은 엄마 마음 백분의 일이라도 알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