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9) - 장미 드론

기사입력 18-09-28 15:49 | 최종수정 18-09-28 15:49

본문

아내(9)

-장미 드론

 

저 높고 붉은 강

어디서 어떻게 흘러왔을까?

 

그대 이름 부여잡고 견뎌내던 일. 혹은

높고 쓸쓸한 하늘에

장미 한 송이 드론으로 띄워놓고 살아가는 일

 

저 많은 장미

하늘에 띄운 분은 누구일까?

 

돌아서다 보았네.

가시 넝쿨 아래 쓰러져

붉은 드론과 무선으로 교신하는 빈 소주병

 

주섬주섬 빈 소주병에 둘러앉아

빈 소주 드시며 물드는 5

 

장미 줄기에 힘이 오르고

붉은 강 점점 뜨거워지네.

 

[시작 노트] 장미가 핀 운동장 둘레 청소를 하다가 하느님이 버리고 간 빈 소주병을 발견합니다. 지난 밤, 장미도 같이 마셨을 참소주 빈 병 하나, 거짓 없는 빈 소주병입니다. 빈 것 혹은 아름다운 은 참으로 자라나 밤새도록 장미를 피우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선으로 어린 장미꽃과 교신하며 힘내라! 힘내라! 외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 힘으로 다음 날 장미는 붉은 강을 이루었구요,

빈 소주병은 하필 장미 넝쿨 아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장미를 찾아와 깡술을 마셨을 그 사내는 외로운 하느님을 닮았거나 하느님일지 모릅니다. 장미는 외로운 사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고 돌아누운 빈 소주병은 밤새도록 고마운 장미에게 무선 연락을 했을 것입니다. 하늘의 장미도 술이 올라 더 새빨간 얼굴이 되었을 것이구요. 집으로 돌아온 사내는 당신을 닮은 장미가 피었다고 중얼거렸을 것입니다. ‘그럼, 빈 소주병의 힘으로 장미가 피었냐?’말도 안 되는 억지라며 아내는 증거를 요구했겠지요, 사내는 드론은 무선으로 조종되고 제작회사마다 비행방법도 다를 수 있고 또 관련 부처에 신고를 한 일이기 때문에 정보 공개법상 더 이상은.

하여간 그 날, 저는 빈 소주병을 치우지 않았고 하늘의 장미는 자꾸자꾸 피었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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