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13) - 북천 가뭄

기사입력 18-09-28 16:54 | 최종수정 18-09-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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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13)

-북천 가뭄

 

가을이 다 가도록 그 해 북천은 목이 말랐다.

가뭄을 피해 땅 속을 걸어가던 사람들은

푸석거리는 가뭄을 수군대며

자신의 어깨로 마른 잎을 자꾸 실어 날랐다.

꿀밤 풍년 소식에 질투가 난 송이는

올 해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비다운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며

설거지를 하던 아내와 북천 송사리가

종일 무릎을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북천의 위벽에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갈대와 그리움이 무성하게 자라

서러움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온 몸에 기다리지 않던 마른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온 몸이 꽃이던 지난봄을 생각했다.

그래도 절기는 어김없이 찾아와

소설은 우리 집 부엌문을 열고

슬픔처럼 메마른 입술에 불을 지른다.

이제는 기다리지 말아라.

속에서 꽃불이 일어났다. 북천은 그 해

온 몸 뒤집는 태풍을 기다리며 울었다

당신은 가을이 다가도록 돌아오지 않았으며


[시작 노트] 추석을 앞둔 송이 철입니다. 속설에는 천둥 번개가 잠자는 산을 깨우지 않으면 송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도 큰물을 이고 아래로 크게 쏟아 부어야 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콸콸 속 시원하게 흘러보지 못한 북천 송사리도 송이처럼 답답했을 것입니다. 북천에는 갈대와 잡풀 그리고 검은 비닐과 폐스티로폼이 가득합니다. 걱정 가득한 아내를 닮았습니다. 노악산도 한 번은 천둥 번개와 후드득거리는 소나기를 만나야 개운해지고 우리 북천은 붉은 황톳물로 시원하게 내질러야 제 얼굴빛 찾을 터인데. 추석 무렵 오시는 태풍은 사과 배 떨어질까 걱정이구요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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