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13) - 북천 가뭄
본문
아내(13)
-북천 가뭄
가을이 다 가도록 그 해 북천은 목이 말랐다.
가뭄을 피해 땅 속을 걸어가던 사람들은
푸석거리는 가뭄을 수군대며
자신의 어깨로 마른 잎을 자꾸 실어 날랐다.
꿀밤 풍년 소식에 질투가 난 송이는
올 해도 돌아오지 않았으며
비다운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며
설거지를 하던 아내와 북천 송사리가
종일 무릎을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북천의 위벽에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갈대와 그리움이 무성하게 자라
서러움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온 몸에 기다리지 않던 마른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온 몸이 꽃이던 지난봄을 생각했다.
그래도 절기는 어김없이 찾아와
소설은 우리 집 부엌문을 열고
슬픔처럼 메마른 입술에 불을 지른다.
이제는 기다리지 말아라.
속에서 꽃불이 일어났다. 북천은 그 해
온 몸 뒤집는 태풍을 기다리며 울었다
당신은 가을이 다가도록 돌아오지 않았으며
[시작 노트] 추석을 앞둔 송이 철입니다. 속설에는 천둥 번개가 잠자는 산을 깨우지 않으면 송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산도 큰물을 이고 아래로 크게 쏟아 부어야 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콸콸 속 시원하게 흘러보지 못한 북천 송사리도 송이처럼 답답했을 것입니다. 북천에는 갈대와 잡풀 그리고 검은 비닐과 폐스티로폼이 가득합니다. 걱정 가득한 아내를 닮았습니다. 노악산도 한 번은 천둥 번개와 후드득거리는 소나기를 만나야 개운해지고 우리 북천은 붉은 황톳물로 시원하게 내질러야 제 얼굴빛 찾을 터인데…. 추석 무렵 오시는 태풍은 사과 배 떨어질까 걱정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