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1) - 왕이 된 옹기

기사입력 18-09-28 15:22 | 최종수정 18-09-28 15:22

본문

아내 1

-왕이 된 옹기


할머니 두고 가신 빈 옹기

하릴없이 우두커니 하늘을 보고 있다.

어느 날 빈 옹기 안에 빈이 들어왔다.

빈이 외로운 옹기를 가득 채웠다.

 

빈둥빈둥 서 있는 저 생각의 기둥

그 안에 아내가 있다.

내 안에 아내가 있다.

내 안에 오래된 그대가 가득 들어있다.

 

[생각을 열며] 고향집, 허물어져 가는 장독대에 빈 옹기 하나가 우두커니 서 뒤란을 지키고 있었다. 옹기는 물론 장독대와 주변의 대나무, 늦게 핀 국화 그리고 국화를 찾아온 벌떼까지 모두 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그들과 함께 이 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슬픈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왕이 된 옹기 안에도 착하고 착한 빈이 살고 있었다. 옹기를 지키는 힘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었다. 지금의 내 안에도 그대가 가득 들어있다. 이제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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