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2) -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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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2)
-편집 후기
당신은
노을 지는 시장 골목
때 묻은 스티로폼 의자에 앉아
짚으로 묶은 마지막 정구지 팔고 계십니다.
노란 짚에 묶인 당신의 눈물 시장에 흥건해도
나는 모른 채 고개를 돌렸습니다.
때로는 어둠을 따라 주소 옮기며
당신을 찾아 시장을 헤매었지만 후미진 골목에서
나는 당신을 모른다며 돌아서던 날 많았습니다.
당신은 오늘
국수 한 그릇 마음대로 못 말아먹던 사랑과
끝내 팔지 못한 정구지와 투전꾼 신랑을
시든 눈물 한 단으로 가지런히 묶고 계십니다.
앉은 자리가 그대로 점포이고 터전인 당신의 시장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먼 훗날에도 들려질 이야기
‘그래도 옛날이 좋았어….’라는 당신의 말씀을 모아
저도 시라는 정구지 한 단 천천히 묶어봅니다.
점점 말 수가 적어지는 가을을 흔들어 깨우며
오래된 앞치마에 삶의 모서리를 닦아보는 당신
노을이 우는 시장의 이야기를 쓰다가
투전꾼 나를 짚으로 묶어서 팔던 그대를 만났습니다.
[시작 노트]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하천 부지의 모래땅에서 정구지를 묶어내셨습니다. 가지런하게 짚으로 묶던 어머니의 정구지단이 하도 부러워 흉내를 내려고 애썼지만 내가 선택한 짚은 이상하게 구겨지고 부러져서 잘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지런하게 뭔가를 묶어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1년간의 작품을 모아 문학지를 만들고 편집후기를 쓰는 12월입니다. 뭔가를 묶어서 내는 12월! 12월의 삶은 편집도 어렵고 그 후기는 더 어렵다며 창밖에는 눈이 저리 내립니다. (상주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