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3) - 겨울 목련

기사입력 18-09-28 15:30 | 최종수정 18-09-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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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

-겨울 목련

 

겨울을 밝히는 알전구

목련 꽃망울이 영글었다.

5촉짜리 알전구를 붙들어 매려고

봄부터 목련 굴뚝에는 연기가 솟았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자

알전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일부에

눈물을 가두면서 뜨거워지는 일

꽃 피우는 것이 일인 그녀의 몸 밖으로

땀 냄새가 모락모락 흘러내라고

겨울 별자리를 지나는 바람이

웅웅거리며 늦도록 치근대는 날도 며칠 있겠다.

 

나는 겨울 목련의 현관에 낡은 구두를

오래도록 벗어두는 꿈을 꾸었다.

 

[시작 노트] 겨울바람이 불면 겨울 목련을 찾아갑니다. 잎도 꽃도 없는 겨울 목련은 말없는 당신을 닮았습니다. 모든 가지 끝에 기다림의 알전구를 하나씩 밝혀놓아서 눈이 오지 않아도 겨울은 간절합니다. 그 겨울 목련의 현관에 낡은 구두를 벗어놓고 봄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 자리, 그 언덕까지 천천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올 줄 미리 알고 꽃망울은 가지 끝, 손이 닿지 않는 별자리로 도망가 있었습니다. 허허.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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