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5-03-15

아내(5) - 증기기관차의 노래

기사입력 18-09-28 15:37 | 최종수정 18-09-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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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5)

-증기기관차의 노래

 

기차를 타면 이내 잠이 드는 여자

나이는 일하는 손에만 옮겨 붙는 바이러스

손등에는 실제보다 많은 바이러스가

청춘이 그리워 검게 검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녹황색 모자를 보며

나는 한 때 그녀의 삶에

녹황색 원시림의 시대가 있었음을 추측하였다.

그녀의 오래된 눈물이 속으로 속으로 흘러

강물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기차 안에서 코고는 소리를 낸다.

아내라는 직업 때문일 것이다.

엄마라는 투잡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아 일어나

저 바다로 가는

온 몸으로 노래하는 증기기관차를 경배하여라.

이 세상의 모든 아내는

새근거리며 잠들던 자기 부상의 날이 있었나니

삶이 꿈이고 꿈이 삶이던 원시의 노래

 

증기기관차 소리가 아름다운

상주발 부산행 무궁화호 일반실

증기기관차 금순이가 우리를 끌고 바다로 간다.

 

[시작 노트] 증기기관차를 타고 바다로 가는 꿈을 꿀 때가 있습니다. 상주에서 부산으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가던 날, 보통 사람은 소화하기 힘든 녹황색 모자로 멋을 부린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엄마였으며 누군가의 첫사랑 애인이었을 그 여자의 코고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꿈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점점 커지다가 작아지고 빠르다가 늦어지고 때로는 끊기기도 하는 증기기관차 소리를 들으며 저 힘과 인내가 다시 희망인 우리나라를 끌고 봄을 향하여 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벌써 봄입니다. 그대가 고맙습니다.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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