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6) - 훌라후프 돌리는 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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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
-훌라후프 돌리는 토성
토성의 위성 바다 한 쪽에
좋은 온천이 산다고 연락이 왔다
말없이 후프 빙빙 돌리는 아내는
고리가 아름다운 토성을 닮았다.
한 쪽 등이 바다인 아내도
차마 말 못하는 무엇이 있어
자신을 돌리며 온천을 숨겼을 것이다.
시누이 닮은 세상도 빙빙 돌리고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두 손으로 받들던
아들, 남편, 명절 증후군 다 돌리고
-여보, 이 것 좀 봐. 나는 빨래를 널면서도
후프를 돌릴 수 있어. 먼 하늘을 보면서
훌라후프에 눈물을 실어 돌리는 토성
토요일에는 온천을 가야겠다.
훌라후프 쪽으로
조금씩 허리가 굵어지는 아름다운 토성으로
[시작 노트]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해저에서 온천 활동이 있었다고 야단입니다. 온천 활동뿐이겠습니까? 고추 내어놓고 멱 감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어느 별이나 생명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위성의 내부 영상을 보면서 그 아린 풍경이 우리네 속마음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봄에 피는 저 수많은 꽃들의 지하 몇㎞ 지점에도 뜨거운 온천이 있을 것입니다. 그 힘으로 봄이 오고 꽃이 피었을 것입니다. 금년 봄에는 토성에 자두나무 몇 그루를 심어야겠습니다.